"좌파가 우파보다 정의롭다? 편견일 뿐"

    입력 : 2018.05.01 02:23

    [베스트셀러 '바른 마음' 저자, 조너선 하이트 교수 뉴욕 인터뷰]

    "민주주의 핵심은 '자기 신념 의심'
    소셜미디어가 마녀사냥 부추겨… 한국 左右 갈등도 거기서 비롯돼"

    "한국에선 요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유행"이라고 하자, 조너선 하이트(55) 뉴욕대(NYU)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타인의 정의(正義)는 위선이란 뜻이냐?"고 되물으며 웃었다. 그의 대표 저서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 서문에는 "네 이웃의 눈에 든 티는 보면서 네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라는 마태복음 구절이 적혀 있다.

    심리학자인 하이트 교수는 2008년 '진보와 보수의 도덕적 뿌리'를 주제로 한 18분짜리 TED 강연이 유튜브 조회 수 200만 건을 넘기며 '스타'가 됐다. 이 강연을 바탕으로 2012년 출간한 '바른 마음'은 '좌파와 우파의 옳음은 왜 다른가'를 도덕심리학을 토대로 분석한 책이다. 한글 번역본으로 700쪽 가까운 학술서인데 국내에서만 2만5000부 팔렸다. 아내가 한국계인 하이트 교수는 한국의 좌우(左右) 갈등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뉴욕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도덕성은 한국 정치에서 큰 이슈다. 현 정권은 전 정권의 도덕성을 공격하고 자신들은 정의라고 여긴다.

    "모든 인간은 위선자다. 인간은 각자 '마음속 변호사'를 가지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남을 기소하고 자신을 방어하는 데 능숙하다."

    실험을 통해 우파가 좌파보다 상대를 더 잘 이해한다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미국에서는 그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미국에서 자라면서 좌파적 신념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좌파는 TV·라디오·영화·교육을 점령하고 있다. 특히 대도시에서 자란 이들은 우파적 가치에 노출될 기회가 거의 없다. 나도 40대가 될 때까지 우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불균형의 또 다른 이유는 배려·공평·자유의 가치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지만 충성·권위·신성함이 선(善)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 좌파에겐 명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좌파는 그런 것들이 파시즘이나 인종주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조너선 하이트 교수의 뉴욕대 연구실엔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는 천칭이 놓여 있었다. 그는 천칭의 평형을 맞추며 “미국 대학을 장악한 좌파의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진리 추구를 위한 토론이 불가능해졌다”면서 “정치적 균형을 잡고 다양성을 회복할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너선 하이트 교수의 뉴욕대 연구실엔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는 천칭이 놓여 있었다. 그는 천칭의 평형을 맞추며 “미국 대학을 장악한 좌파의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진리 추구를 위한 토론이 불가능해졌다”면서 “정치적 균형을 잡고 다양성을 회복할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사진작가 정승혜

    하이트 교수는 책에서 "'바른 마음'은 여섯 가지 미각 수용체를 지닌 혀와 같다"면서 배려(care)·자유(liberty)·공평(fairness)·충성심(loyalty)·권위(authority)·신성함(sanctity)이라는 여섯 가지 도덕 기반을 제시했다. 그는 "이 중 좌파는 배려·공평·자유만 존중하지만 우파는 여섯 가지 모두에 고르게 관심을 보인다"며 "따라서 좌파가 우파보다 더 정의롭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다"고 결론 내렸다.

    권위가 도덕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 신선하다.

    "권위 없는 시스템을 경험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요즘 미국 대학은 한마디로 '권위의 위기'다. 대부분 좌편향적이라 폭력 시위라도 일어나면 그를 제어할 권위가 없다."

    대학 외의 장소에서도 권위의 부재가 문제가 될까.

    "가정도 마찬가지다. 미국 좌파 부모들은 자녀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많은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권위를 존중하도록 아이를 키우면 가정에 평화가 찾아온다. 자기 절제와 연장자에 대한 존경을 배운다."

    책에서 '가난한 사람이 왜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가'를 분석했다. 트럼프가 당선되자 그것이 이슈가 됐다.

    "사람들이 트럼프에게 표를 준 건 그가 자기 삶을 나아지게 할 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투표는 실용적 수단이 아니라 표현 행위다. 대다수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자신들을 인종주의자라 부르는 문화 엘리트, 즉 좌파 지식인들에게 펀치를 날렸기 때문에 표를 줬다.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는가보다 무엇을 증오하는가에 기반해 투표한다."

    한국에서 우파는 북한에 비판적이지만 좌파는 그렇지 않다.

    "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 우파가 좌파의 적이고, 우파가 정말로 북한을 미워한다면, 좌파에게 북한은 친구가 아니라 '적(敵)의 적'이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 우파보다 관용적 태도를 보인다."

    당신은 삶의 대부분을 좌파로 살았고, 민주당 지지자다. 이런 책을 쓴 이유는?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는 걸 도우려고 썼다. 민주당이 공화당 지지자들의 심리를 이해하도록 해 주고 싶었다. 책을 낸 뒤 나는 스스로를 중도주의자라 부른다. 우파에 대해 읽고 들으며 많이 배웠다."

    좌우 분열의 해결책으로 공감(empa thy)을 제시했다.

    "우리는 상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배워야 한다. 남들이 틀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곧 악(惡)이라고 가정하지 않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 기량(skill) 중 하나는 자기 신념을 의심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사라져 가고 있다. 소셜미디어 탓이 크다. 소셜미디어의 즉흥적이고 극단적인 판단이 사회 균형을 십자군처럼 격파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너는 부분적으로 옳아. 나는 네게 동의할 수 없지만 이해할 순 있어'라고 한다면 배신자로 몰려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 안의 악을 찾아 마녀사냥에 나서고, 그들을 옹호하는 이들 역시 마녀로 몰려 처형당한다."

    ☞조너선 하이트는

    도덕심리학 분야의 선구적인 학자다. 사람들이 극과 극으로 나뉘어 상대를 적으로 여기는 상황을 지켜보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도덕성 기반 이론'을 세웠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2012년 '세계 100대 사상가'로 꼽았다. 영국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는 '2013년 세계의 사상가' 65명에 그를 포함시켰다.

    1985년 예일대를 졸업하고 1992년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 박사후 과정에 있을 때 인도 오리사에 체류하며 동서양 문화권 비교 연구를 했다. 1995년부터 버지니아대에서 교편을 잡았고 2011년 뉴욕대로 옮겼다. 저서에 '행복의 가설'이 있으며, 미국 젊은 세대를 분석한 새 책이 7월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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