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도상 "겨레말큰사전 편찬, 남북 언어 이질화 막는다"

  • 뉴시스

    입력 : 2018.05.03 09:57

    백남룡의 '벗' 기자간담회 소설가 정도상
    "남북정상회담 이후 출판사나 남한 작가들이 북한 문학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을 것 같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재개되고 남북 간 문화교류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상임이사인 소설가 정도상(58)씨는 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소설 '벗'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은 2005년 9월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돼 시작됐다. 남북간 언어는 물론, 재외교포가 사용하는 언어까지 하나로 묶어 사전으로 편찬하는 것이 취지다.

    2019년 편찬 완료를 목표로 2005년 이후 25차례 남북 회의가 진행돼 왔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태가 터지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이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정씨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남과 북이 통일이 되면 남한 말을 쓸텐데, 왜 이 사업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한다"며 "남쪽 말로 통일이 안 되게 하기 위해 겨레말큰사전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느 하나로 일치시키기 위해 사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남북 언어가 이질화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다. 남한 내부의 생각들이 넉넉해졌으면 한다."

    현재 편찬 공정률이 절반을 넘어선 상태로, 남북 정상회담 후 가장 빠르게 복구될 사업으로 손꼽힌다.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씨는 "자세한 사항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고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씨는 6.15민족문학인 남측협회 집행위원장으로 13년째 지연되고 있는 남북작가대회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2005년 북한 작가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남한 독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1945년 이후 남과 북은 서로 다른 문화를 갖고 살아왔다. 우리 기준에서 북한 문학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아울러 '벗'과 북한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벗'을 그저 북한 소설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며 "겨레말 문학의 한 범주이며 동시에 아시아 문학의 중요한 성과다. 유럽이나 일본 문학에서는 볼 수 없는 창작 방법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소설가 방현석(57·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계간 아시아 주간)씨는 "작가적 역량은 사회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기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백남룡은 그런 면에서 능력이 있었다. 소설 내용이 상당한 균형감을 갖고 있어서 북에서 용인될 수 있는 정도를 통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1988년 첫 출간된 '벗'은 북한에서의 사랑과 결혼·이혼을 그린 소설이다. 예술단 여가수 이혼 소송을 통해 북한 사회의 일상과 사회 시스템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북한 작가 백남룡(69)이 썼다. 그는 1966년부터 10년간 장자강기계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했다. 그 후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 '조선문학'지에 단편 '복무자들'을 발표하면서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 '벗' '60년 후' 등을 냈다.

    정씨는 "김일성종합대학에 창작 전문가 과정이 있다"며 "백남룡도 창작 전문가 과정을 졸업한 것 같다. 북한은 각 공장에서 문학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중앙으로 올려보내는 제도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벗'을 재출간한 출판사 아시아는 북한의 대표소설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아시아 문학선 17권으로 북한 대표작가 백남룡의 '60년 후'를, 18권과 19권으로 남대현(71) 작가의 '청춘송가 1, 2'를 차례로 선보인다. 20권으로는 '북한단편소설선'이 선정됐다.

    책 출간은 출판사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과의 협의로 가능했다. 북한 작품에 대해 우선 협상권을 갖고 있는 이 재단에 판권 구입 대금 등을 공탁한 뒤, 활로가 열리면 북한 작가에게 이를 전해주는 방식이다.

    방씨는 "대북 제재가 풀려야만 북한 작가들에게 저작권료가 정당하게 전달될 것 같다"고 했다. 정씨도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면 문학의 본래적 기능도 회복될 것"이라며 "북한 작가들이 남한 독자들 반응도 염두에 두고 책을 쓸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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