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이 있었다면 석가모니 출가는 없었다?

    입력 : 2018.05.04 22:58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사토 겐타로 지음|서수지 옮김|사람과나무사이|251쪽|1만6000원


    마야 부인은 석가모니 출산 후 이레째 되는 날 세상을 떴다. '산욕열(産褥熱)'로 추정된다. 어머니를 여읜 석가모니는 우울한 청년기를 보냈고 수많은 고행 끝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기원 전 54년 로마에선 카이사르의 딸 율리아가 출산 중 목숨을 잃었다. 이후 율리아의 남편 폼페이우스는 나날이 장인과 대립각을 세워갔고 5년 후 내전에 돌입한다. 카이사르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승리, 공화정을 혁신한다. 남편과 금실 좋던 율리아가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로마사의 흐름은 상당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산욕열은 태반 박리, 출산으로 생긴 상처 등으로 세균이 침입해 발생하지만 19세기 중반까지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1846년부터 연구에 몰두한 빈 대학 종합병원 의사 제멜바이스는 의료진에게 손 씻기를 명하고 속옷과 의료기구를 철저히 소독해 12%였던 병원 내 산모 사망률을 0.5%까지 끌어내렸다. 이후 영국 외과의사 리스터가 페놀 소독약을 사용하면서 병원은 위생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제약회사 연구원 출신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청나라 강희제의 목숨을 구한 말라리아 특효약 퀴닌, 대항해시대 뱃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한 괴혈병 치료제 비타민C, 한때 파리 시민 3분의 1을 덮친 매독을 물리친 살바르산의 발견과 발명 등 질병 퇴치를 위한 약을 구하려는 인간의 분투라는 관점에서 세계사를 바라본다. 전문적 내용을 쉽게 풀어써 가독성이 높다. 책장을 덮으며 비타민 C 한 알을 챙겨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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