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섯에 데뷔, 그의 문학은 지금이 청춘

    입력 : 2018.05.18 02:09

    [佛 소설가 르메트르 파리 인터뷰]

    '오르부아르' '사흘 그리고 한 인생'… 공쿠르상 등 각종 문학상 휩쓸어
    "학교 이전에 문학에서 삶 배웠다"

    그는 50세에 태어났다. "25년간 도서관 사서(司書)를 대상으로 문학 세미나 강좌를 했다. 가끔 질 나쁜 문장을 끼적이면서 그러다 거기서 만난 지금의 아내가 '당신 글이 좋다'고 말해줬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제야 나는 태어난 것이다."

    55세에 데뷔한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르메트르(67)는 이제 청춘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유럽 추리소설 대상 등 각종 추리문학상과 공쿠르상까지 석권하며 세계적 작가로 성장했다. 공쿠르상 수상작 '오르부아르'(2013)는 현지에서만 120만부, 최근 국내 출간된 '사흘 그리고 한 인생'(2016) 역시 프랑스에서만 35만부 팔려나갔다. 한국 독자도 많아 대표작 베르호벤 형사 3부작을 포함해 여덟 작품이 번역돼 있다. '오르부아르'의 속편 격인 '화재의 색깔'(2018)도 내년쯤 국내 상륙한다. 성장기인 그는 "아름다운 여성이 많은 한국에서 내 소설이 더 유명해졌으면 한다"며 씩 웃었다.

    ―왜 소설가가 됐나?

    "나이 들어 소설 쓰니 의아한가? 만약 내가 정비공이 됐거나 식당을 차렸다면 아무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다. 으레 작가란 선천적인 직업이라 여기는 모양이다. 낭만적인 착각이다. 사업을 하려면 배워야 하듯 작가도 마찬가지다. 문학 세미나를 하면서, 책에 밑줄 그어가며 가르치면서 글쓰기의 기술을 익혔다. 나는 언젠가 내가 소설가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 50년이 걸렸을 뿐이다."

    작업실이 있는 파리 몽마르트르 인근의 골목길에 선 피에르 르메트르. “소설이 성공할수록 독자를 실망시킬까 봐 겁난다”면서도 “내가 재밌는 이야기를 택할 뿐 독자의 선호는 고려치 않는다”고 말했다.
    작업실이 있는 파리 몽마르트르 인근의 골목길에 선 피에르 르메트르. “소설이 성공할수록 독자를 실망시킬까 봐 겁난다”면서도 “내가 재밌는 이야기를 택할 뿐 독자의 선호는 고려치 않는다”고 말했다. /정상혁 기자
    ―왜 추리소설이었나?

    "더 쉬워 보여서. '나도 쓰겠는데?' 싶었다. 그리고 늘 비극에 끌렸다. 모든 추리소설은 비극이다. 범죄에서 시작하니까. 누군가 누구를 죽여야 한다. 세상은 비극으로 가득하다. 고대 그리스 예술, 한국 고전문학의 기저에도 비극이 깔려 있잖나." 때문에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두 프랑스 전우의 사기극을 다룬 '오르부아르'처럼 욕망과 복수는 그를 매혹하는 소재다.

    그의 시작도 비극이었다.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첫 작품 '이렌'(2006)은 22개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너무 길었다. 첫 소설이라 할 말이 많았던 것 같다. 싹 뜯어내 200쪽을 쳐냈다." 문체는 간결하고 시각적으로 변모했다. 소설은 그해 '코냑 페스티벌 소설상'을 받았고, 현재 TV 드라마로도 제작되고 있다.

    ―영상화된 작품이 유독 많다.

    "'알렉스'(2011)에 이어 '오르부아르'가 만화책과 영화('맨 오브 마스크')로 재탄생했다. '사흘 그리고 한 인생'도 영화로 만든다.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말하는 것이 흥미롭다. 시나리오는 대개 내가 쓴다. 나는 머릿속에 장면이 선명히 그려져야 비로소 쓴다. 잦은 영상화는 이런 글쓰기 방식 덕분 아닐까? 사랑하는 알렉상드르 뒤마, 톨스토이 같은 위대한 작가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나는 21세기의 19세기 작가다."

    ―공쿠르상 받고 좀 변했다는 평도 있다.

    "장르문학(추리)에서 순수문학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 추리소설도 충분히 문학적 깊이가 있을 수 있다. 소년의 우발적 살인을 다룬 '사흘…'은 범죄소설이면서 처음부터 범인이 드러나는 심리소설이다. 이걸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을까. 문학 장르의 기계적 구분이 불필요해지고 있다. 작가도 변하고 있다."

    ―어떻게 변하고 있나?

    "이야기 통로가 수없이 많아졌다. 나만 해도 드라마·영화 시나리오를 쓴다. 심지어 출연도 한다. 이래 봬도 왕년에 연극배우였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쓸 때 나만을 위한 장면을 넣었다. '사흘…'에도 '이렌'에도 나온다. 볼만 할 거다."

    ―세상이 변했는데 문학이 유효할까?

    "문학은 왜 존재하는가?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아이에게 세계를 설명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개념을 주입하는 것, 두 번째는 뒤마의 '삼총사'를 읽어주는 것. 관용과 사랑, 고귀함이 뭔지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도 '삼총사'를 읽는다. 학교 이전에 문학에서 삶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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