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의 마을에 들려오는 종소리의 정체는?

    입력 : 2018.05.19 00:10

    '사탄탱고'
    사탄탱고|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지음|조원규 옮김|알마|412쪽|1만7700원

    가을, 우기(雨期)가 시작된다. 폐허의 마을에 종 없는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헝가리 묵시록 문학 거장의 대표작. 공산주의가 주저앉던 1980년대 가난한 헝가리 집단 농장을 배경으로 몰락하는 인간들의 무력함과 거기서 거미줄처럼 자라나는 허약한 희망의 환각을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성당 없는 마을에서 들리는 유령의 종소리처럼 1년 반 전에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한 사내가 마을로 돌아온다. 그를 구원자로 여기며 헛된 희망에 취해 주민들은 술집에서 탱고를 추지만 '차에 치인 개처럼' 쏟아져 탁자 위에 흐르고 있는 술의 이미지를 통해 저자는 그 춤의 악마적인 병약함을 보여줄 뿐이다. 그는 주민을 현혹하는 공산당 끄나풀일 뿐임을 독자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곳곳에서 발생하는 몰락의 형상화는 '이제부터 끝없이 내릴 가을비의 첫 방울'처럼 지속적으로 눅눅한 악취를 풍긴다. 카프카적(的) 부조리극의 형식을 차용하는 동시에 창궐하는 거미, 진창과 먼지, 소녀의 자살 등 타락의 상징을 문장마다 미학적으로 활용해낸다.

    2015년 맨 부커 인터내셔널 수상 당시 저자는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를 위한 작가"라고 말했고, 올해도 최종 후보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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