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시 읽는 엄마'

  • 신현림 시인

    입력 : 2018.05.19 00:02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따라 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간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 선물은 '좋은 추억'이다. 엄마와 처음 서점에 가서 시집을 고르던 오후 4시의 풍경을 기억한다. 주황빛 햇살이 서점으로 밀려들어 따스하고 노곤한 기분에 휩싸였다. 고1 때 엄마가 사준 '세계시인선집'을 읽으며,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발견했을 때 기쁨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신현림 시인
    신현림 시인
    삶을 살다 보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일들이 매번 닥친다. 그때 읽었던 시들은 내게 지혜의 표지판이 되었다. 그리고 시를 읽는 시간만큼은 꿈꿀 수 있었다. 지금의 우리는 너무나 바빠 그 꿈꾸는 몽상의 시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시를 읽는 엄마는 아이에게 인생에 있어 돈이 전부가 아님을 가르쳐 줄 것이다. 시는 쉬어가는 의자가 되어 천천히 길을 가라 다독일 것이다. 나 역시 입시 준비로 시달리고 있는 딸에게 이 책 '시 읽는 엄마'(놀)를 건네줄 것이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달리고 있는 딸과 다툰 후, 나는 딸의 방에 이런 메모를 남겼다.

    "엄마는 너와 다툴지언정 누구보다 너를 사랑해. 있는 그대로 네가 제일 예뻐. 지금 너는 너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란다. 공부가 지겹거나 네 마음이 터질 듯 뜨거울 땐 시를 읽으렴. 너 자신이 지겨울 때 너 자신을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더 사랑하고 더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엄마 아빠부터 시를 읽으면 좋겠다. 나는 엄마 살아 계실 때 시를 읽어 드린 적이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좀 더 많이 읽어 드릴걸' 하고 후회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시로써 사랑을 나누면 더 뜻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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