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농부되다, 어떤 후퇴…원유헌 ‘힘들어도 괴롭진 않아’

  • 뉴시스

    입력 : 2018.05.2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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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직서라는 글씨를, 그것도 한자로 최대한 정성스럽게 써서 내니 기분은 최고였다. 지리산 노고단이 보이는 곳에서 드디어 내 맘대로 살 수 있게 된 거다!”

    기자 출신 원유헌(51)씨가 에세이집 ‘힘들어도 괴롭진 않아’를 냈다. 2014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한 ‘원유헌의 구례일기’를 다듬어 구성한 ‘귀농 적응기’다.

    저자는 서울 토박이다. 직장에 청춘을 바쳤다. 자본주의와 조직, 도시생활은 ‘더 이상 주는대로 먹고 시키는대로 살고 싶지 않다’는 각오를 다지게 만들었다. 마흔 넷에 가족과 함께 전남 구례로 갔고, 다시 청춘을 사는 중이다.

    “다들 그렇게 산다지만 다들 그래야 하는 게 싫었다. 나는 후퇴를 꿈꿨다. 다시 돌아갈 생각도 없었다. ‘사직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쓰는 과정 모두가 나에게는 성스러운 과정이었다. 2011년 8월, 나는 한국은행 앞에서 마지막 퇴근 버스를 탔다.” 사진 찍고 글을 쓰던 지은이에게 소농의 삶은 쉽지 않다. 책에서는 진짜 농부가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원씨의 진지한 생각과 시골의 삶, 개성 강한 이웃들의 정 넘치는 도움 또는 참견이 유쾌하고도 따뜻하게 펼쳐진다. 구례가 고향인 사람도, 구례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도 당장 짐을 꾸려 달려가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직장생활을 접고 나니 야근을 안 해서 좋다던 그는 토란 캐고 양파 심고 울금 뽑고 쌀 도정하고 포장하고, 눈처럼 흩뿌려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누구도 시키지 않은 야근을 한다. 못자리 작업하는 흙투성이 발에는 색색의 꽃이 떨어지는 소박한 낭만이 존재한다. 시골 인심에 대한 험한 소리도 들리고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자에게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사람의 힘, 사람들 덕에 산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괴롭진 않다.”

    내내 힘들고 내내 똑같다. 일은 끝이 없고 잔고는 바닥이다. 사람들이 묻는다. 그런데 왜 거기에 사느냐고.

    “맨 처음 정한 목표를 이루었다. 후퇴. 싫은 것과 거리 두기, 미운 사람 안 만나기, 나쁜짓 안 하기, 돈 없으면 가만히 있기. 뒷걸음질만 한 건 아니다. 착하게 농사짓기, 많이 도와주기, 음악 듣기, 책 읽기, 마을 회관에서 밥 많이 먹기.” 288쪽, 1만7000원,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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