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통하다, 그래도 모국어처럼 쓸수없다…크리스토프 '문맹'

  • 뉴시스

    입력 : 2018.05.25 10:02

    '문맹', 책
    헝가리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 '문맹'이 번역·출간됐다. 언어적 정체성을 다룬 자전적 이야기다.

    1935년 헝가리 시골 치크반드에서 태어난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빈곤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1956년 헝가리 혁명의 여파를 피해 남편과 4개월 된 딸을 데리고 헝가리를 떠난다.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 뇌샤텔로 이주한다. 생계를 위해 시계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헝가리 문예'에 시를 발표하고, 프랑스어를 배우며 희곡과 소설을 써나간다.

    1987년 첫 번째 소설 '비밀 노트'를 출간하고, 5년에 걸쳐 '타인의 증거'와 '50년 만의 고독'을 완성한다. 이 3부작은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며 큰 성공을 거둔다.이후 여러 편의 소설과 희곡 작품을 출간하며 1992년 리브르 앵테르상, 2001년 고트프리트 켈러상, 2005년 쉴러상, 2008년 오스트리아 유럽 문학상, 2011년 코슈트상 등을 수상했다. 2011년 7월 뇌샤텔에서 75세로 생을 마감했다.

    '문맹'은 모국어인 헝가리어와 함께 빼앗기듯 잃어버렸던 기억을 11개의 장으로 되살린 작품이 '문맹'이다.문맹을 벗어나고자 어떻게 끈질기게 글을 써왔는지를 보여주지만, 자신이 영원히 문맹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것도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어를 쓰는 작가들처럼은 프랑스어로 글을 결코 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쓸 것이다."

    "내가 프랑스어로 말한 지는 30년도 더 되었고, 글을 쓴 지는 20년도 더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언어를 알지 못한다. 나는 프랑스어로 말할 때 실수를 하고, 사전들의 도움을 빈번히 받아야만 프랑스어로 글을 쓸 수 있다."

    옮긴이 백수린(36·소설가)씨는 "'문맹'에서 인상적이었던 대목이 무엇이었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월경 안내인의 인도를 받으며 숲을 헤매는 부분을 고를 것"이라고 읽었다.

    "작가가 그 당시 들고 있던 가방은 두 개였는데, 하나에는 갓난아기의 기저귀와 갈아입힐 옷가지가, 다른 하나에는 사전이 들어 있었다고 작가가 적어놓았기 때문이다. 조국과 가족마저 등지고 떠나는 순간 여러 물건들을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하며 짐을 쌌을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가방 안에 사전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128쪽, 1만1000원,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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